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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그래] 삼시세끼 中 두 끼 (W.빙다리 핫바지) bgm. 브라운 아이즈- 루아흐(Ruach) 그래는 티가 나지 않게 고민스러운 얼굴로 뭔가를 휘휘 젓는 해준의 손을 바라봤다. 고소한 향이 해준의 손을 따라 흘러와 그래의 코끝까지 닿아오자 이내 굳어있던 그래의 표정이 흐물거리다 파득 다시 고민스러워졌다. 몸에 좋지도 않은 게 향기는 왜 이렇게 좋을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걱정스러운 말들이 그래의 도톰한 입술 안에서 몽글몽글 뭉쳐지다 한숨이 되어 흘러나왔다. 갈색 빛의 뽀얀 것을 내려다보던 해준의 눈이 그 한숨 소리를 따라 커피 향처럼 흘러 그래에게 닿았다. “그거… 몸에 되게 안 좋대요.”“알아.”“밥 먹고 마시면 살도 찐다는데…”“그것도 알아.”“입냄새도… 날 수 있어요…!”“………”“그러니까… 믹스커피 말고 다른 건 어때요…?” 그래의 말에 해준.. 더보기
[해준그래] 香 (W. 난나) ♬ Sarah Chang - Chaconne합작 아홉번째 주제, '커피' 입니다. [해준그래] 香 (향) 조선 호텔, 아니 조센 호테루는 최초의 서양식 호텔은 아니지만 조선총독부와 경성 역에 중간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조센 호테루는 그 당시 최고의 호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커다란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고, 프랑스식 식사는 서양인들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사교실은 당대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만나 관계를 쌓는 곳이었는데, 종종 이곳에서 사회 지도층의 자제들이 맞선을 보기도 했다. 그것은 그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는 그래의 쌍둥이 누이가 이 자리에 나왔음이 옳았다. 그러나 그녀는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떠나버렸다. 당장 마음이 급했던 부모는 사람을 풀어 그래의 누이를 찾.. 더보기
[해준그래] Your Name (w.꽃단지) 강해준. 오른쪽 소매를 들추면 보이는 세 글자는 철강팀 대리님의 이름과 똑같았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 네임을 보이지 않기 위해 봄, 가을, 겨울에는 소매 아래로 손목을 감춰야 했고 여름에는 두꺼운 손목시계를 차야 했다. 왜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시계를 차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적당히 대꾸할 말이 없어 웃어 넘겨야 했다. 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목에 이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몸에 누군가의 이름을 새기고 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엄마, 아빠라는 호칭이 입에 익고 아는 단어가 많아져 제법 긴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글자가 없는데 왜 나만 손목에 이런 게 있냐는 질문에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네임. 엄마는 손목 안쪽에 가지런히 놓인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