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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그래] 봄날 밤 (W. 꽃단지) 얇은 창호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이 밝았다. 봄날의 햇살이란 짧게 들이쳐 문 언저리만 맴도는 듯 굴다가도 결국은 누운 사람의 눈가를 쪼듯이 훑고 떨어지는 것이어서, 지난밤 큰 품에 안겨 잠들었던 어린 중전은 이불에 감긴 채 눈을 찡긋거렸다. 둥근 눈머리 사이로 잡히는 주름을 따라서 옅게나마 그림자가 졌다. 귀 뒤로 넘겨버린 검은 머리칼은 얼굴을 가려주지 못했으므로 그래는 하는 수 없이 눈을 떴다. 그렇게 억지로 뜬 눈앞에는 곁에 다가 앉아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해준이 있었다. “중전, 기침하셔야지요. 지아비가 자리를 뜨는 줄도 모르고 그리 자는 지어미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해준은 언제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이미 붉은 곤룡포를 갖추어 입은 채였다. 짐짓 비난하는 어조를 했으되 그래가 그 안에.. 더보기
[해준그래] Until You Sleep (W. 난나) 벌써 여섯번째 합작이네요. 주제는 '잘자요'입니다.BGM이 있습니다만 듣는 분에 약간 무섭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BGM_Tili tili bom (Тили Тили Бом)잘 부탁드립니다. [해준그래] Until You Sleep 세상이 멸망한다는 소식이 들린 지 45일이 지났다. 예상치 못한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던 바로 그 원인으로…… 이제까지 소행성과는 다른 규모로…… 연일 뉴스와 라디오 방송에서는 지구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를 내놓는 뉴스에 사람들은 처음에 불신했으나 하루하루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고 각국 저명한 과학자들의 증언, 결정적으로 국가 수뇌부의 연이은 도피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구 멸망에 한 번도 대비해 본 .. 더보기
[해준그래] 꿀Night (W.빙다리 핫바지) 꿀Night 강해준 X 장그래 w. 빙다리 핫바지 [이제 내려와요] 지잉. 그래는 손에 꾹 붙잡고 있던 제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고나서야 이미 몇 분 전에 정리를 마쳐놓았던 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별로 무겁지 않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면서 영업 3팀을 내려가는 그런 그래의 발걸음에 야근을 하려 남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 왔다. 꾸벅 맞인사를 하는 그래의 얼굴에는 오동통한 눈송이마냥 함박웃음이 피어있었다. 자동문을 빠져나가는 그래의 뒷모습을 보며 눈치 없는 남사원은 참 일 좋아하는 사원일세 하며 고개를 저었고, 눈빛이 날카로운 여사원은 장그래씨 연애하는 거 아냐 하며 새초롬한 눈을 해보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엘리베이터로 건물을 내려가는 그래의 입꼬리에는 한 층씩 깎이는 숫자를 볼 때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