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합작

[해준그래]열락의 밤 (W.무화)

 

 

 

bgm. Komatsu Ryota - Mezame

 

 

 

) --> 

 

 

 

그 날은, 다시는 겪어보지 못할 열락의 밤이었다.

 

 

 

선생님.”

 

달리기라도 한 듯 몰아쉬는 숨소리가 심상치 않게 흔들거렸다. 풀린 듯 일렁이는 두 눈동자가 선홍빛 노을에 젖어 있었고 무언가에 쫓기는 냥 일그러지는 얼굴이 처참한 낯빛으로 물들었다. 거칠게 토해지는 숨소리가 교실 바닥의 먼지를 일었다.

 

도와주세요.”

 

달아오른 살결이 문대지는 아찔한 감각에 질끈 눈을 감고 정신없이 향락으로 이어지는 쾌락의 맛을 즐기기에 바빠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은 책상 밑으로 던져버리기에 이르렀다. 두터운 교복 마이와 셔츠를 천천히 벗어던지는 새하얀 나신에 시선을 빼앗기고 깊은 구석으로까지 파고드는 새까만 두 눈동자에 곧 결박된 듯 두 손을 모아 한 곳으로 향했다. 갑갑하게 목 끝까지 차오른 넥타이를 아래로 끌어내는 것으로 우린 거대한 신호탄을 터뜨렸다.

 

 결국,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던 걸까.

 

 

 

 

 

 

 

 

열락의 밤


* 미생 강해준 x 장그래 :선​생제자au , 오메가버스

* 궁합도 안 보는 나이, 네 살 차이 (@1983x1987)

합작 : 5제. 야근

 

 


   

) --> 

 


   

) --> 

 

마침내, 사람에게도 품질 측정이 되는 유일무이한 시대가 당도했다.

 

태어나면서 사람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알파, 베타, 오메가. 이 순서대로 사람의 품질은 결정됐다. 알파의 앞길은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내달리듯 휘황찬란했고 베타의 앞길은 무궁무진한 일들 가운데서 무던히도 평범했으며 오메가의 앞길은 태어나는 것마저도 순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알파인지 베타인지 오메가인지 확인검사를 요구했으며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태어난 아이의 형질 발현을 기다리다 종국엔 웃거나 혹은 울음을 삼켰다. 그리하여 시대가 지날수록 오메가의 아이는 대부분이 지워졌으나 끝내 태어난 아이들은 가난한 이들의 아이였다. 스스로 먹고 자는 것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집안의 아이.

 

선생님.”

 

나는 구태여 빠르게 교실로 향할 수 있는 일직선의 복도를 놔두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아서까지 장그래를 피했다. 장그래를 보고 나면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 버거움, 참아낼 수 없는 욕망 따위의 적당한 이유를 내던지며 장그래를 두고 온갖 더럽혀진 상상을 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그래를 향한 치솟는 욕망은 그간의 어떠한 욕망 따위와는 비교하거나 견줄 수 없을 정도의 왕성한 기운이었다.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괴로웠고 스치듯 지나치는 지독한 단내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누구를 만나서도 느낄 수 없었던,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선생님!”

      

어느 순간부터 오로지 배설, 배출만을 위하던 행위에 감정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언제나 상상뿐인 장그래의 얼굴을 덮어 씌었고 그 아래 쾌락에 젖어 울고 웃는 장그래가 있었다. 난생처음 쾌감이 일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모든 행위가 끝난 후에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 장그래는 없었다. 무언가 썩어가는 듯한 역한 단내만 잔해를 남겼다.

  

선생님, 잠시만.”

 

저 눈동자. 상상하는 그곳에는 저 눈동자도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는 듯 안간힘을 쓰는 저 눈동자. 저 알량한 눈동자에 속아버린 자들이 누구였던가. 같은 반의 동급생 한석율이 그러했고 옆 반의 문학 선생 천관웅이 그랬었다. 저 알량한 눈동자에 속아버린 자들이 수두룩했다.

 

붙잡힌 팔등으로 지독한 단내가 풍겼다. 정말 못내 견디기 어려운 냄새였다.

선생님. 잠시만, 잠시만요. 제 말 좀.”

…….”

선생님 저번은 제가 약을.”

굳이 나한테 오메가라는 걸 재차 확인시켜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누군가에게 떠벌리며 말할 이유도 없고.”

 

말 안 합니다. 누구한테도. 때마침 종이 울리고 몇 번이고 망설이는 듯 움직거리던 발이 방향을 돌렸다. 예쁘게 자리 잡은 동그란 뒤통수가 홀연히 남긴 단내의 잔해를 콧속 깊이 들이마셨다. 그간의 숱한 밤을 이 단내를 떠올리며 그리워했었다. 아주 오래도록.

 

 

 

 

 

 

 

 

* * *

 

 

 

 뻐근한 기운으로 차오르는 두 눈을 감싸고 자리에 일어서자 두둑 거리며 맞춰지는 뼈마디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깜빡이는 모니터를 끄고 스위치를 내리자 순식간에 컴컴하게 변해버린 공간에 사람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한적한 기운이 온몸에 급습했다. 선생님. 눈을 감고 숨죽이는 고요함 속에서도 떠오르는 인물은 어김없이 속을 뒤집고 어지럽혔다. 그날의 기억들은 고요함을 찾아 부유했다.

선생님.’

 

늦게까지 이어지는 철야에 두 눈이 다 시큰 거리는 날이었다. 어두컴컴해진 주위를 둘러보며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향하는 거침없는 발걸음 속에 소란스럽게 반짝이는 불빛이 복도로 스며들었고 머리와는 달리 몸은 어느새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페로몬 향에 흐려지는 이성이 사방팔방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짐승처럼 날뛰어 다니고 마침내 형광등 빛만 형형하게 타오르는 교실 문 앞에 도달했을 때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도와주세요.’

 

코를 틀어막아도 스며드는 짙은 단내가 모든 이성을 마비 시켰다. 허물처럼 벗어 내리는 거추장스러운 옷가지가 바닥으로 내던져지고 맞닿은 숨 사이로 지독한 결합의 냄새가 풍겨졌다. 결국,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던 걸까. 상상뿐이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온 황홀함은 생각한 것보다 크고 웅장했다. 쌓여있던 욕구마저 풀어진 완벽한 열락의 밤이었다.

 

장그래.”

 

연이은 야근에 뻐근해진 눈을 짓눌렀다. 불러보지 못 한 이름 세 글자를 되뇌었다. 언제나 장그래에게선 들키고 싶지 않은 듯 꽁꽁 숨겨진 선한 단내가 풍겼다. 보통의 아이들에게서 나는 짙은 살 내음, 땀 냄새와 달리. 먼지 쌓인 구석의 어디 한 곳을 툭 건드리는 냄새. 그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열락의 밤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