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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

[해준그래]복도를 울리는 두 개의 발걸음 소리 (w.무화)

 

 

 

 

bgm. 윤석철 트리오 - 여대 앞에 사는 남자   

 

 

 

 

 

 

 

 

복도를 울리는 두 개의 발걸음 소리


 


 

* 미생 강해준 x 장그래 : 선생x선생 au

* 궁합도 안 보는 나이, 네 살 차이 (@1983x1987)

합작 : 8제. 식사를 합시다

 

 



“장 선생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지만 가면 갈수록 야위는 듯한 얼굴을 바라보는 일은 썩 즐겁지 못 했다. 전혀 영양가 없는 빵 봉지에 과자 봉지만 잔뜩 나뒹구는 책상 위를 바라보자 인기척을 의식해 고개를 돌리며 마주 해오는 얼굴은 티끌 한점의 의심도 없이 순진하기만 했다. 네, 강 선생님. 왜 교실 내에서 혹은 교무실 내에서도 별명이 다람쥐 인지 알법도 했다. 입가 옆에 부스러기가 묻어 있는건 알고 있는 건지, 알면서도 이러는 건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이 욱여넣은 서랍 속 과자들을 다 먹기는 하는건지, 저 작은 입에 이 많은 개수와 양이 다 들어가기는 하는 건지. 재차 묻고 싶었지만 입술 옆쪽의 과자 부스러기를 살살 털어내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점심 식사했습니까?”

“아, 벌써 시간이….”


안 먹었으면 같이 가죠. 지금 시간이면 대부분 다 먹은 후라 한산합니다. 다들 배부른 점심을 먹고 자판기 커피 하나를 뽑아 들어 제각기의 방법으로 쉬는 교무실은 아이들이 떠난 교실보다 더한 한산함으로 조용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강상태였고 간간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복도의 울림만 전해지는 정도였다. 과자 가루의 요정이 다녀갔다 왔는지 잔뜩 가루가 흩뿌려진 유인물을 오만상으로 찌푸리며 털어내 한쪽 구석으로 밀어 넣는 모습을 바라보며 덜컥 튀어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은 채로 함께 몸을 움직였다.


“적어도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은 먹어야죠. 선생 몸이 약해지면 애들도 더불어 힘들어질 뿐입니다.” 

“예, 강 선생님.”

“잘 챙겨 먹어야 좋은 문제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이 그렇듯 돌연 신호탄이 담긴 방아쇠라도 손에 쥔 냥 선생들도 긴장상태에 돌입한다. 문제 하나하나에 모든 신중과 신경과 온 기력을 다 쏟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그래, 그 역시도 수업시간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밥을 거르면서까지 시험문제에 온 기력을 쏟아붓고 후에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밥도 먹지 못해 허기진 속을 달래려 허겁지겁 간식거리를 입안으로 억지로라도 욱여넣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눈 아래 다크서클은 시커멓게 이어지고, 양볼이 움푹 패이는, 피부가 꺼칠해져 입술 옆이 트는 등의 몸 망치는 지름길로 향하는 일의 연속이 된다는 것이었다. 기막힌 운(이라 본인은 칭하지만 실은 재빠른 계략)으로 옆반인 것도 모자라 교무실에서조차도 책상이 옆자리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나마 옆자리에 앉아 평소 그의 상태를 여과 없이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진짜?’하며 묻는 얼굴에 의심을 가득 실어 담자, 끝내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을 굴리며 그는 급식소로 더욱 걸음을 빨리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해 흘려내자 귀 끝이 빨갛게 물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결국, 웃음소리를 더욱 크게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복도에서 선생님이 뛰어다니면 어떡합니까. 그 말 끝에 다시금 가까워진 거리를 의식하며 둘은 서로의 발에 맞춰 복도를 거닐었다.

비교적 다른 시간 때와는 다른 한산하고 한가로운 점심시간이다. 운동장에서 공을 굴리며 뛰다 왔는지 흠뻑 땀에 젖어 뒤늦게야 밥을 먹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있는 급식실은 한낮의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숟가락 혹은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장 선생님, 앞으로 이 시간대에 맞춰 식사할까요?”

“네?”

“아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죠.”


…적어도 시험기간까지 만이라도. 애당초 물어 보고 대답 들을 의사는 있었던 것인지 쉬지 않고 하는 말들이 조용한 허공을 가로질렀다. 강 선생님. 제법 단호한 어투에 밥 먹기로 집중하고 있던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하자 피하는 눈동자가 뜨끈한 국이 담긴 식판의 언저리로 떨어진다. 장 선생님은 제가 불편합니까? 질문에 답하는 것은 말이 아니어도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결코 아니라는 듯 동그랗게 뜬 두 눈동자가 좌우로 흔드는 고개처럼 세차게 흔들렸다. 그럼, 됐습니다. 그렇게 평소처럼 과자랑 빵으로만 연명하다가는 언젠가 쓰러질 겁니다. 부러 딱딱하게 내뱉은 말을 뒤늦게야 후회했지만 장그래의 입가에 머무르는 호선은 떠나갈 줄을 모르게 치솟아 있었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자 다부지게 음식을 먹고 있던 이는 들리지 않을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강 선생님.”

 

급식시간, 한낮부터 시작되어 점심시간이 끝나기 십분 전이면 항상 두 개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로 들어서느라 바쁘게 복도를 울리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와 뒤섞인 두 개의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