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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그래] Your Name (w.꽃단지) 강해준. 오른쪽 소매를 들추면 보이는 세 글자는 철강팀 대리님의 이름과 똑같았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 네임을 보이지 않기 위해 봄, 가을, 겨울에는 소매 아래로 손목을 감춰야 했고 여름에는 두꺼운 손목시계를 차야 했다. 왜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시계를 차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적당히 대꾸할 말이 없어 웃어 넘겨야 했다. 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목에 이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몸에 누군가의 이름을 새기고 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엄마, 아빠라는 호칭이 입에 익고 아는 단어가 많아져 제법 긴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글자가 없는데 왜 나만 손목에 이런 게 있냐는 질문에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네임. 엄마는 손목 안쪽에 가지런히 놓인 이.. 더보기
[해준그래] Breakfast (W. 꽃단지) 눈을 뜨자 품에 안긴 그래가 보였다. 위잉-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가 천진한 소리를 냈다. 그 위로 매미 우는 소리를 한 꺼풀 덮었다. 더운 날씨였다. 선풍기 방향이 조금이라도 틀어졌다가는 금방 피부 위로 땀이 새어나올 듯한 그런 날씨였다. 내일은 좀 더 더워질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조금이나마 덜 절망적일 수 있는 것은 에어컨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버스, 지하철, 어디를 가더라도 에어컨을 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제 저녁부터 밤새 에어컨을 틀지 않은 데에는 오랜만에 자고 가기로 한 그래의 고집이 한 몫 했다. "전기를 아껴야 한다니까요." 작년의 전력난을 근거로 들어 하는 말이 전기 아끼기에 동참해야 한단다. 내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토를 달면, 마치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하.. 더보기
[해준그래] 삼시세끼 上 첫 끼 (W.빙다리 핫바지) 해준은 앞머리 속에 살짝 감춰진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의 신경이 꽤 날카로워졌다는 의미였다. 그를 잘 아는 해준의 친구는 한참 어색한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다 해준의 앞에 아주 뜻밖의 것을 주욱 밀고는 ‘한 달만 잘 부탁해’라는 말만을 남기고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을 빠져나갔다. 그 공간 안에 남은 해준은 뻣뻣한 고개를 내려 자신의 집 현관을 차지하고 서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장그래입니다. 한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깡마른 체구에 단정하게 걸린 교복과 초초한 듯 올려다보는 눈은 어리디 어린 아이의 눈이었다. 해준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팔자에도 없는 동거의 시작이었다. 삼시세끼강해준X장그래 w. 빙다리 핫바지 해준은 혼자 있는 것을 선호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