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준그래] 엘리베이터 (W. 난나) 7번째 합작 주제는 '엘리베이터'였습니다. 정직한 제목이라 부끄럽네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준그래] 엘리베이터 넥타이만 아니었어도. 그래는 오늘따라 손에서 헛도는 넥타이 때문에 평소보다 늦었다. 급하게 가방을 챙겨 나와 등에 땀이 나도록 달렸다.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잡으려고 보니 문이 닫히기 직전이었다. 잠시만요! 그래의 다급한 외침에 엘리베이터 문은 다시 스르륵 열렸다. 그래는 헉헉거리는 숨을 겨우 갈무리하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누른 손은 까무잡잡하면서도 다부진 손이었다. 어디선가 봤던 손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보니 손의 주인공은 강대리였다. 그래는 해준을 보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대리님.” 정.. 더보기
[해준그래] 봄날 밤 (W. 꽃단지) 얇은 창호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이 밝았다. 봄날의 햇살이란 짧게 들이쳐 문 언저리만 맴도는 듯 굴다가도 결국은 누운 사람의 눈가를 쪼듯이 훑고 떨어지는 것이어서, 지난밤 큰 품에 안겨 잠들었던 어린 중전은 이불에 감긴 채 눈을 찡긋거렸다. 둥근 눈머리 사이로 잡히는 주름을 따라서 옅게나마 그림자가 졌다. 귀 뒤로 넘겨버린 검은 머리칼은 얼굴을 가려주지 못했으므로 그래는 하는 수 없이 눈을 떴다. 그렇게 억지로 뜬 눈앞에는 곁에 다가 앉아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해준이 있었다. “중전, 기침하셔야지요. 지아비가 자리를 뜨는 줄도 모르고 그리 자는 지어미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해준은 언제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이미 붉은 곤룡포를 갖추어 입은 채였다. 짐짓 비난하는 어조를 했으되 그래가 그 안에.. 더보기
[해준그래] 꿀Night (W.빙다리 핫바지) 꿀Night 강해준 X 장그래 w. 빙다리 핫바지 [이제 내려와요] 지잉. 그래는 손에 꾹 붙잡고 있던 제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고나서야 이미 몇 분 전에 정리를 마쳐놓았던 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별로 무겁지 않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면서 영업 3팀을 내려가는 그런 그래의 발걸음에 야근을 하려 남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 왔다. 꾸벅 맞인사를 하는 그래의 얼굴에는 오동통한 눈송이마냥 함박웃음이 피어있었다. 자동문을 빠져나가는 그래의 뒷모습을 보며 눈치 없는 남사원은 참 일 좋아하는 사원일세 하며 고개를 저었고, 눈빛이 날카로운 여사원은 장그래씨 연애하는 거 아냐 하며 새초롬한 눈을 해보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엘리베이터로 건물을 내려가는 그래의 입꼬리에는 한 층씩 깎이는 숫자를 볼 때마다 .. 더보기
[해준그래] Until You Sleep (W. 난나) 벌써 여섯번째 합작이네요. 주제는 '잘자요'입니다.BGM이 있습니다만 듣는 분에 약간 무섭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BGM_Tili tili bom (Тили Тили Бом)잘 부탁드립니다. [해준그래] Until You Sleep 세상이 멸망한다는 소식이 들린 지 45일이 지났다. 예상치 못한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던 바로 그 원인으로…… 이제까지 소행성과는 다른 규모로…… 연일 뉴스와 라디오 방송에서는 지구 멸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를 내놓는 뉴스에 사람들은 처음에 불신했으나 하루하루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고 각국 저명한 과학자들의 증언, 결정적으로 국가 수뇌부의 연이은 도피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구 멸망에 한 번도 대비해 본 .. 더보기
[해준그래] 스물여덟, 열여덟 (W. 난나)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와서 늦게 제출합니다. 죄송합니다.다섯번째 합작 '야근'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해준그래] 스물여덟, 열여덟 나한테는 열 살 차이나는 형이 한 명 있다. 진짜 형은 아니고 동네에 사는 형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형은 나를 엄청 챙겼다. 형은 동생이 없었고 나는 형이 없었으니 둘이 친형제처럼 자라게 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엄마가 일을 나가시면 나는 거의 맨날 형과 놀았다. 사실 열 살이라는 나이 차는 그다지 좁지만은 않아서 형이 귀찮았을 수도 있는데 동네에 또래가 없는 나를 어찌나 야무지게 챙기는지 우리 엄마는 형의 말이라면 껌뻑 믿으신다. 아마 형이 공부도 엄청 잘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좋은 학교를 간 것도 한 몫 했을 거다. 맨날 나한테 형의 반만 닮아보라고 하시니 .. 더보기
[해준그래] 9 to 6 말고 All Night Long (W.빙다리 핫바지)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해준그래] 당신의 봄 (W. 꽃단지) 당신의 봄. Written by 꽃단지 풀려가던 날씨가 마음을 바꿨다. 겨우 녹나 싶었던 땅이 바짝 얼어붙었다. 나무마다 희고 붉게 맺힌 꽃봉오리도 눈 맞춰 인사하기를 미뤘다. 그러니까, 새해 첫 비가 내리나 싶었던 오늘 까만 아스팔트 바닥 위로 빗방울 대신 하얀 눈송이가 맺힌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출근길, 눈이 내렸다. 땅 위에 내려앉았다. 까맣고 심술궂은 아스팔트 바닥은 눈이 쌓이게 두지를 않았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져버린 손톱만한 눈 조각. 아침부터 하나둘씩 모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꼬마 아이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금방 눈이 녹은 자리에 또 한 송이 눈꽃이 떨어졌다. 눈이 내렸다. 금세 녹을 걸 알면서도 계속 내렸다. 그렇게 눈이 내렸다. 버스에 오를 때 까지도 눈은 계속.. 더보기
[해준그래]열락의 밤 (W.무화) bgm. Komatsu Ryota - Mezame   ​) -->     그 날은, 다시는 겪어보지 못할 열락의 밤이었다.    “선생님.” 달리기라도 한 듯 몰아쉬는 숨소리가 심상치 않게 흔들거렸다. 풀린 듯 일렁이는 두 눈동자가 선홍빛 노을에 젖어 있었고 무언가에 쫓기는 냥 일그러지는 얼굴이 처참한 낯빛으로 물들었다. 거칠게 토해지는 숨소리가 교실 바닥의 먼지를 일었다. “도와주세요….” 달아오른 살결이 문대지는 아찔한 감각에 질끈 눈을 감고 정신없이 향락으로 이어지는 쾌락의 맛을 즐기기에 바빠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은 책상 밑으로 던져버리기에 이르렀다. 두터운 교복 마이와 셔츠를 천천히 벗어던지는 새하얀 나신에 시선을 빼앗기고 깊은 구석으로까지 파고드는 새까만 두 눈동자에 곧 .. 더보기
[해준그래]마지막 퇴근 (W.무화) bgm. Þau Hafa Sloppið Undan Þunga Myrk 마지막 퇴근 * 미생 강해준 x 장그래 * 궁합도 안 보는 나이, 네 살 차이 (@1983x1987) 합작 : 4제. 퇴근 ) --> ) --> 두 계절을 쉼 없이 내달리고 정적으로 시작된 가을을 지나 떨어지는 잎이 파삭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성큼 빠르게 다가 온 한 겨울의 추위. ‘눈 온다.’ 웅성 이는 목소리 속에서 나는 그제야 달력 하나를 찢어냈다. 함박눈이었다. 창문으로 다가서자 뿌옇게 김이 서리고 불투명해진 유리창으로 눈이 달라붙었다가 금세 녹아내렸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곤 좋아라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과는 달리 적적한 표정을 짓곤 인도를 빠르게 지나치는 직장인들의 얼굴 속에는 한이 서려 있었다. 이런 날은 출근도 퇴근도 고충이.. 더보기
[해준그래] 편의점 알바생 (W. 꽃단지) 푸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작게 웃음이 터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보통 늦게 퇴근하는 애인을 기다릴 때는 소파에 얌전히 기대 앉아 잠든 모습이 연출되지 않던가. 그래는 현관 코앞에 쪼그리고 앉아 벽에 기댄 채 세상모르고 잠들어있었다. 거실도 아닌 현관 바로 앞까지 나와 기다린 모양이었다. 야근을 마쳤으니 출발한다는 문자에 밤길 운전 조심하라는 답장을 받은 게 겨우 10분 전의 일이다. 그새 잠이 든 건지, 기대앉은 벽에 얼굴 한 쪽이 잔뜩 눌린 게 조금만 늦게 퇴근했으면 하얗던 얼굴이 찌그러진 못난이가 될 뻔 했다. “그래야.” “…왔어요?”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도 미동 없이 잠에만 빠져있더니 이름을 부르자 귀신같이 깬다. 그래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키를 엇비슷하게 맞추니 잠이 덕지덕지 묻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