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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그래] 함께 걷는 길 (W. 난나) 해준그래 합작 네 살 차이 네 번째 키워드 '퇴근'이었습니다.잘 부탁드립니다. [해준그래] 함께 걷는 길 전화가 울렸다. 그래는 한 손에는 가방, 한 손에는 휴대폰 케이스 샘플을 들고 있었기에 전화를 겨우 어깨에 끼우고 받아야 했다. 발신자는 해준이었다. 그래가 퇴근할 즈음 오는 전화라니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갔지만 그는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보다 전화가 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써야했다. 그래는 길을 가다 멈추어 가방과 휴대폰 케이스 샘플이 담겨있는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전화를 똑바로 고쳐 잡았다. [미안해요, 오늘도 제 시간에 퇴근 못 할 것 같아요.] “오늘도 늦는다고요?” 그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요즘 들어 해준은 제 시간에 퇴근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동기 중에서는 제일 빠르게 .. 더보기
[해준그래] 옆집 남자 (W.빙다리 핫바지) 옆집 남자 강해준X장그래 w.빙다리 핫바지 헐레벌떡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그래의 손에는 엊그제 새로 산 넥타이가 들려있었다. 지각이다, 지각이야…! 단 한 번도, 무슨 일이든 늦는 법이 없었는데 어제는 너무 긴장한 탓인지 몇 번이나 잠에서 자대 깨다를 반복했더니 결국 애매한 시간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래는 낡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 평소답지 않게 발을 동동 구르며 다 말리지 못한 부스스한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 내렸다. 인생 첫 면접에서 시간을 지키지 못해 낙제하고 싶지는 않았다. 낡은 아파트만큼이나 낡고 바랜 양복이 그래의 몸에 헐겁게 걸려있었다. 아버지,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래는 본가에 계신 어머니가 다려주신 그대로 자리잡아 있는 재킷의 칼라를 빳빳하게 손바닥으로 내리누르며 심호흡을 하고, .. 더보기
[해준그래] 열대야 (W. 난나)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해준그래 합작 세 번째 주제 '여름밤'으로 쓴 글입니다.잘 부탁드려요. [해준그래] 열대야 와이셔츠가 그래의 몸에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체면을 차리기 위해 챙겼던 자켓은 무거운 짐이 되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그래의 몸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꽉 막혀 숨을 쉬지 못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 빠져나오자마자 살겠구나 하고 숨을 쉬니 이제는 후끈한 공기가 그래의 숨통을 막았다. 오피스텔까지 걸어오는 길이 천릿길 같았다. 그래는 연달은 야근으로 인해 이미 몸이 녹초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깜깜한 밤인데도 이렇게까지 눅눅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그래를 감싸오니 그래는 더욱 지칠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열대야였다. 도통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느껴지는 잠시 동안의 시원함을 느끼려고 하.. 더보기
[해준그래] 우산 (W. 꽃단지) [해준그래] 여름밤 by. 꽃단지 모니터 가까이 구부렸던 몸을 폈다. 영업 2팀과 영업 3팀을 나눈 파티션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등 돌린 채 업무에 집중하는 강대리님이 보였다. 미동 없는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를 돌아보기에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순간이지만 그와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에 놀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른 팀 상사인 강대리님의 시선을 받았지만 그게 그저 곤란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장그래.” “예, 예?” “뭘 놀라고 그래, 업무 시간에 어딜 보느라 정신을 놓고 있어?” 언제 다가오셨는지 오차장님이 등 뒤에서 말을 거신다. 그러더니 차장님의 눈길은 어깨 너머로 내가 시선을 두고 있던 방향을 따라갔다. “정신 놓은 것 까지는 아닙니다.” “강대리네. 저 친구 일 참 열심히 해.. 더보기
[해준그래]夏夜 (W.무화) ) --> 매미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호외요 호외! 물 한 방울 제대로 삼키지 못한 벼들의 고개가 땅속으로 처박히고 제 허리를 숙여가며 힘겹게 뿌리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마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말발굽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저 멀리서부터 마차를 이끌고 와 도망치듯 멀어지고 얼떨결에 그러나고의적인 모래바람을 먹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땀으로 엉긴 머리카락과 모래를 거친 손바닥 위로 쓸어 담은 사람들은 바닥으로 흩뿌려진 종이 자락, 짙은 갈색의 종이를 주워들고 그저, 모래를 씹으며 울음을 삼켰다. 1910년, 이곳은 식민지 조선. 우리는 피로 얼룩진 땅 위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짐승들이었다. 夏夜 경성au * 미생 강해준 x 장그래 * 궁합도 안 보는 나이, 네 살 차이 (@1.. 더보기
[해준그래]그 이후의 후일담 (w.무화) 그 이후의 후일담 * 미생 강해준 x 장그래 * 궁합도 안 보는 나이, 네 살 차이 (@1983x1987) 합작 : 2제. 술자리 ​ ​장그래는 진심으로 탄식했다. 머릿속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모든 기억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듯해 제 은밀한 부위를 감추는 이불보를 움켜쥐었다. 거칠게 변한 손바닥으로 잔뜩 푸석해진 얼굴을 연거푸 쓸어내리며 그는 몇 번이나 마음을 굳게 먹고 나서야 침대 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려치는 듯한 강하고 강렬한 통증이 허리를 쪼아대며 괴롭히는 덕에 몇 걸음 걷지 못해 결국 바닥에 주저앉은 그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적나라한 흔적과 함께 잔뜩 구겨진 바지를 떨리는 손으로 주워들었다. ‘ 장그래 씨, 야근 없으면 오늘 술 한잔해요. ’ 바로 어제, 상사의 권유를 그리고 이미 .. 더보기
[해준그래] 그날 밤 술자리에서 (W. 꽃단지) 술자리 강해준 X 장그래 by. 꽃단지 “그래야, 일어나.” 그래를 깨우려 침실로 들어갔다. 이십 분 전까지 내가 차지했던 침대 한 쪽을 보고 누워있다.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 이불 위로 나온 팔과 까만 머리통만 보일 뿐이다. 잠시 꼼지락대나 싶던 작은 몸이 일어날 생각은 않고, 조금 움직여 제 옆의 이불을 들춘다. “그래야?” 이름을 불러도 아랑곳 하지 않고 들추어 낸 자리를 툭툭 쳤다. 제 옆에 도로 누우라는 뜻일 터였다. 하는 수 없이 그래 옆자리를 차지하고 누웠다.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껴안으니 품에 얼굴을 묻는다. 쪽, “그래야 일어나야지. 출근 안 할 거야?” 아직 눈도 못 뜬 주제에 입술에 떨어진 입맞춤이 그저 좋다는 듯 배시시 웃는다. 그래야 일어나, 응? 귓가에 작게 속닥.. 더보기
[해준그래] 만취 (W.난나) 해준그래 합작 두번째 키워드 '술자리'로 쓴 글입니다.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해준그래] 만취 "강해준아, 종파 날짜 잡혔다." 동아리 방 책상의 전공 책들을 가방에 쓸어 담던 해준이 동식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동식은 짐짓 진지한 표정이었다. 해준은 다시 가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 2공학관까지 여기서 15분 정도 걸리니까. 동식은 해준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턱 올려놓았다. 이 더운 날 뭐하는 짓이야. 해준이 손을 떼어냈지만 동식은 꿋꿋했다. "임원으로서 꼭 와야 된다, 진짜. 응?" 동식이 애걸복걸하는 이유가 있었다. 동식은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치고는 술이 약했다. 개강파티 때 동식은 신이 나서 주량 이상을 마셨고, 그런 동식을 처리하는 것은 결국 동기인 해준이 되었던 것이다. 둘은 나이와 과는 .. 더보기
[해준그래]첫 수(-手) (W.무화) bgm. Jim Chappell - From My Heart     ​-手* 미생 강해준 x 장그래* 궁합도 안 보는 나이, 네 살 차이 (@1983x1987) 합작 : 1제. 첫 빈 틈 없는 흑돌. 그의 견고하고 단단한 바둑판 위로 첫 수(-手)가 놓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장그래 씨. ”도로를 울리는 비명과도 같은 경적소리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출근하는 사람들. 그 틈 속에 뒤 섞인 두 남자가 짧은 목례로 인사를 나눴다. 금세, 작은 네모칸이 물 밀려오듯 빽빽하게 채워지며 공간 사이사이의 틈조차도 결코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채 한 층 한 층 위를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서로에게 닿고 있었다. 그리고 원치 않아도 스치는 손등 역시도. 부드럽게 감싸이는 감촉에 그는 애써.. 더보기
[해준그래] 첫사랑일까? (W. 꽃단지) [해준그래] 첫사랑일까? by. 꽃단지 “강대리님, 안녕하십니까.” “아… 장그래씨?” 외근이 있는 날이었다. 거래처 회사 건물에서 미팅이 있었으므로 거기 필요한 철강 샘플을 옮겨야 했다. 해준이 담당하는 사업이었으므로 외근을 갈 사람은 해준 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백기는 과장님의 지시로 서류 결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니 샘플을 차까지 옮기는 일을 할 사람도 역시 해준 밖에 없었다. 해준이 생각하기에 평소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백기였지만, 이런 일은 체격 좋은 신입이 맡아서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해준이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봤자, 업무로 자리를 뜬 부사수가 당장에 나타날 리는 없는 일이었다. 큰 상자를 껴안은 채 15층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해준은 열린 문 사이로 영업 3팀의 신.. 더보기